토론논제, 토론유형, 토론절차에 대해 차례대로 알아보겠습니다. 효과적인 토론수업을 위해서는 교수자나 학습자가 이 내용들을 반드시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들입니다.
토론논제
토론논제는 반드시 대립이 되는 논점이 있고 일관된 주장을 담고 있는 토론을 위한 주제를 말합니다. 대표적인 논제의 종류로는 사실논제, 가치논제, 정책논제가 있습니다.
(1) 사실논제
사실논제는 참이냐 거짓이냐의 사실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논제입니다. 따라서 사실논제의 경우 사실임을 지지하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전자발찌 제도는 이중처벌에 해당한다’, ‘담뱃값인상은 흡연율을 낮출 것이다’ 등의 논제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법정 토론이 주로 사실 논제로 진행되는데 전문가의 의견, 과학적 연구 결과, 목격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입증하면서 주장을 펼친다는 점에서 고도의 추론 능력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교육 토론에서는 사실논제를 많이 다루지 않습니다.
(2) 가치논제
가치논제는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의 가치 판단을 중심으로 하는 논제입니다. 즉 어떤 문제에 대한 토론자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전제로 합니다. 예를 들어 ‘외모도 경쟁력이다’, ‘인간 배아복제를 허용해야 한다’, ‘공공의 알 권리보다 사생활 보호가 우선이다’ 등이 가치논제에 속합니다. 가치논제는 대립 축이 분명하기 때문에 교육 토론에서 많이 활용됩니다. 가치논제를 다룰 경우 상반된 가치관을 무조건적으로 강조하면 문제의 접점을 찾기 어려워 생산적인 결과가 없는 무의미한 토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상대의 주장을 존중하는 자세와 논점과 논거들을 바탕으로 한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
(3) 정책논제
정책논제는 변화 혹은 개선이 필요한 문제를 대상으로 하는 논제입니다. 주로 이미 사회에서 실행되고 있는 정책을 다루기 때문에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나 개선 방향, 기대 효과 등을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예를 들어 ‘사형제도는 폐지해야 한다’, ‘낙태금지법은 폐지해야 한다’ 등이 정책논제에 해당합니다.
토론유형
토론은 목적과 장소에 따라 자유 토론, 교육 토론(아카데미식 토론), 법정 토론으로 구분합니다. 자유 토론은 가장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토론 형식으로 형식과 규칙이 엄격하지 않으며 찬반양론의 대립보다는 문제해결의 과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때문에 토론을 원활하게 이끌어갈 사회자가 존재합니다. TV토론이나 패널토론 원탁토론 비공식 토론 등이 자유 토론에 속합니다. 아카데미 토론이라고도 하는 교육 토론은 토론 교육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식입니다. 교육 토론은 자유 토론과 다르게 형식과 규칙이 정해져 있고, 찬반양론의 명확한 대립을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입장이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명제형 논제로 진행되며, 형식과 규칙이 엄격하기 때문에 별도로 토론을 이끌어갈 사회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교육 토론에는 교차(CEDA) 토론, 칼 포퍼식 토론(Karl Popper Debate), 링컨-더글러스 토론(Lincoln-Douglas Debate), 의회식 토론, 공공 포럼 토론(Public Forum Debate)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대담, 공청회, 협동 연구, 강의식 토론, 대담, 심포지엄 등의 유형도 있습니다. 이중 몇 가지 종류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원탁 토론
가장 기본적인 토의·토론의 형태입니다. 일반적인 문제 해결이나 방향 설정을 위한 토론 방식입니다. 토론 참가자 모두가 자유롭고 활발하게 자신의 의사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 형식은 자유로이 이야기를 나눈다는 장점은 있지만 참가자가 토론의 기술에 익숙하지 않으면 자칫 산만하기 쉽고 시간을 낭비하는 수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이 사회자 또는 기록관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주제에 대해서 돌아가면서 발표를 하고 사회자는 나온 의견을 정리한 후 기타 의견을 추가로 듣고 의견에 대한 최종 정리를 해야 합니다.. 이 형식은 좌담회에서도 사용됩니다.
(2) 포럼
공공장소에서 공공의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방식입니다. 포럼은 처음부터 청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토론이기에 강연이나 연설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때로는 한 두 사람의 토론자가 등장하여 일정한 주제에 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고 청자들과 질의응답이 이어지는 형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전문지식을 가진 한 사람의 연사가 사회자로부터 연사 및 논제의 소개를 받은 후 단상에 올라 강연하고 나서 청중이 질문을 하거나 의견을 말하는 것으로 사회자는 그 문답을 적절히 조절합니다.
(3) 배심 토론
소수의 선정된 배심원과 다수의 일반청중으로 구성됩니다. 사전에 선정된 패널들이 청자 앞에서 주어진 논제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발표하고 협력적으로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공동 토론 방식입니다. 청중은 주로 듣기만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이나 발언권을 주기도 합니다. 사회자는 각 패널에게 고르게 발언할 기외를 주어야 합니다. 배심원은 토론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관련된 내용을 조사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해야 합니다..
(4) 심포지엄
토론 주제에 관해 전문가 몇 명이 예정된 발표를 하고 이를 중심으로 의장이나 사회자가 토론을 진행시키는 것입니다. 발표자의 발표가 끝나면 사회자의 조정에 따라 발표자 상호 간의 질의응답이 이루어집니다. 필요하면 사회자는 청중에게도 질문과 자기 의견을 말할 기회를 줍니다. 단상토의의 성공을 위해서는 토론 주제를 잘 분석하는 전문적인 연구자에게 발표를 할당하고, 각 발표자의 발표 범위를 한정합니다. 또한 사회자는 발표자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토론자와 청중에게 문제의 소재를 알려주며, 마지막에는 발표 전체의 내용을 요약정리하여 심포지엄의 의의를 명백히 전달합니다.
(5) 교차(CEDA) 토론
정책 토론이라고도 하는 교차 토론은 각 입장에 2명의 토론자로 구성되며, 입론과 반박으로 진행되었던 기존의 토론 형식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교차 질문을 가미해 만들어진 형식입니다. 즉 각각의 입론에 교차 질문을 삽입하여 상대 주장의 발언 내용을 확인하고 검증하여 반론을 제기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단계별 시간 배치는 다른 유형의 토론과 마찬가지로 논제,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교차 토론은 토론 참가자들이 입론, 교차 질문, 반론 등의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6) 공공 포럼 토론
가장 최근에 생긴 토론 형식인 공공 포럼은 논쟁(Controversy), 테드 터너 디베이트(Ted Turner Debate) 등의 명칭을 거쳐 2003년 NFL(National Forensic League)에서 미국 고등학교의 대표적인 토론 형식으로 설정하면서 공공 포럼 토론으로 명칭이 확정되었습니다. 공공 포럼 토론은 ‘입론 ― 교차 질문 ― 반론 ― 핵심 정리― 전원 교차 질문 ― 최종 발언’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입론에서는 자신이 속한 입장을 밝히고 입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내용들을 항목 화하여 제시합니다. 필요에 따라 분명하게 정의해야 할 용어가 있다면 제시하고, 논제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배경을 밝힌다. 반론은 각 입장의 토론자 2가 담당하는데 상대팀 토론자 1의 1 발언 내용을 분석하여 반론을 제기하며 동시에 자신의 입장을 피력합니다. 또한 새롭게 제시할 논거가 있다면, 이 역시 부연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탄탄하게 합니다. 핵심 정리는 자신들이 발언했던 내용을 요약하여 제시하면서 자신들의 논리의 타당성과 정당성을 피력하고 동시에 상대팀 논리의 모순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새로운 논점을 제시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 언급되었던 내용 안에서 발언해야 합니다. 전원 교차 질문은 4명의 토론자 모두가 발언권을 갖습니다. 질문을 통해 서로의 합의점과 논쟁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며, 최종 발언 내용을 생각하면서 상대논리의 허점을 드러내고, 자신들의 입장을 굳히는 데 집중합니다. 최종 발언은 토론을 통해 발언했던 내용들을 정리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합니다. 그리고 상대 논리의 모순점을 드러내어 자신들의 논리가 관철되어야 함을 피력합니다.
토론절차
토론의 유형에 따라 토론의 과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핵심 과정은 다음과 같이 ‘입론 – 교차 질문 – 질문 – 반론 – 최종 발언’ 등으로 이루어집니다. 각 단계가 반드시 들어가거나, 각 단계별로 발언 기회가 일정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각 단계를 어떻게 조합하느냐는 토론의 유형에 따라 유동적입니다.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입론
입론은 자신의 입장을 담은 논점을 제시하는 단계입니다. 먼저 논제의 사회적 배경에 대해 언급하여 토론의 필요성과 가치를 환기합니다. 이것은 토론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기도 한데, 토론의 가치와 필요성을 인정할 때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관심, 참여 의지, 기대감 등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는 핵심 용어의 명확한 개념 정의와 범주화가 필요합니다. 개념 정의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이는 토론의 방향과 생산성에도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로는 입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논점을 서너 개로 항목 화하여 제시합니다. 입론에서 제시한 논점에 한해 토론이 진행되기 때문에 입론에서는 자신의 입장과 논점, 근거 자료 등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2) 교차질문
교차 질문은 입론의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때문에 상대 팀이 발언한 내용 안에서만 질문을 해야 합니다. 교차 질문은 상대 팀의 입론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한 후 상대 논리의 허점을 찾아내는 데 유용한 단계입니다. 따라서 주로 논점을 지지하는 논거의 타당성, 관련성, 충분성 등을 따져보고 한 번에 많은 것들을 지적하기보다는 단계별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 번에 많은 것들을 지적하다 보면 지적에 대한 답변을 듣는 시간도 길어져 정작 자신이 발언해야 하는 시간이 적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방형 질문보다는 단답형으로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질문을 할 때는 반드시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하며 단순히 발언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의 질문은 지양해야 합니다. 또한 질문자는 예의 있는 태도로 질문하고 답변자는 질문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간혹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데만 몰두하여 다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토론은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말하기입니다. 즉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의 생각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최선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 가는 것이 토론인 것입니다. 따라서 토론자들은 상대방의 논리를 경청하고 예의 있고 성실한 태도로 토론에 임해야 합니다.
(3) 반론
반론은 글쓰기의 3단 구성으로 말하자면 본론에 해당합니다. 반론에서는 본격적으로 상대방이 내세우는 논리의 모순점을 밝혀냅니다. 상대방이 내세우는 논점이 전체 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 즉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하고 상대방이 제시하는 근거의 타당성과 충분성에 대해 반박합니다. 이 외에도 자료의 정확도, 자료의 시의성과 신빙성, 통계 자료의 경우 조사 시점과 출처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토론은 정해진 시간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 안배도 토론에서 중요한 전략 중 하나입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상대방 논리의 허점을 밝혀내고, 자신의 논리의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특히 반론의 경우 상대 논리에 대한 반론에만 치우치거나 상대의 반론에 대한 답변에만 치우치면 자신의 입장을 효율적으로 드러내는 데 한계가 따릅니다. 따라서 중요도와 논리의 흐름 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반론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반론을 할 때는 입론에서 제시하지 않은 논점에 대해서는 반론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4) 최종발언
글쓰기의 결론에 해당하는 최종 발언은 토론 내용을 요약, 정리하여 자신의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피력하는 단계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속한 팀의 입장과 논점을 요약적으로 제시하고 상대 팀의 반박 내용과 그에 대한 자기 팀의 전체적인 입장을 간략하게 밝힙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하는 마지막 발언 단계이기 때문에 논점을 일목요연하게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중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인상적인 마무리도 필요합니다. 따라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일화나 비유, 구체적인 대안 제시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하여 마지막 입장을 밝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결론
효과적인 토론수업이 되기 위해서는 교수자가 수업 목적에 알맞은 토론논제, 토론유형을 선택하여 학습자들에게 이해시킨 뒤 성실한 토론 준비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설정한 토론논제 유형과 관련된 올바른 논제를 수립한 뒤, 토론규칙을 설정하고 참여자들이 규칙을 올바르게 준수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토론자들은 토론의 각 과정에서 실행해야 할 핵심 사항을 준수하면서 경청하고 발언하면서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