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윤리, 학문 글쓰기 윤리, 직무 글쓰기 윤리, 생활 글쓰기 윤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글쓰기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올바르고 정직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욱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쓴 글로 많은 사람들과 사회에 긍정적이고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올바른 글쓰기 윤리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적극적인 실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글쓰기 윤리
글쓰기의 목표는 소통이고, 궁극적으로는 함께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공감이 필요하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절하고 의미가 명확한 단어를 선택하여 바르게 사용하는 언어사용의 윤리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글쓰기의 보편적 윤리라고 할 수 있다. 부연하자면 글쓰기의 보편적 윤리는 우선,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골라 맞춤법에 맞게 글을 쓰는 것입니다. 또한 상황과 예의를 고려하여 시의 적절한 표현과 논리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의 글을 표절하지 않는 정직한 글쓰기가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자신이 쓴 글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글쓰기의 보편적 윤리를 바탕으로 하면서 글쓰기의 유형에 따른 세부적인 윤리를 살펴보겠습니다.
1. 문학 글쓰기 윤리
현대 한국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로 인정받던 소설가 신경숙이 지속적으로 표절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국 문학계에 경종이 울렸습니다. 신경숙의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와 단편 <작별 인사>가 각각 프랑스 작가 파트리크 모디아노(2014년 노벨문학상 수상)와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작품과 유사하며, 단편 <딸기밭>이 재미 유학생 안승준씨의 유고집 <살아는 있는 것이오>와 여섯 문단에서 같거나 거의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또한 단편 <전설>(1996)에 나오는 한 대목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단편 <우국>(1960)의 문단을 통째로 옮겨 놓은 듯이 똑같아서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모든 문학은 모방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문학 글쓰기는 창조적 모방이어야 합니다. 단순한 모방이나 표절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T. S. 엘리어트는 미숙한 시인과 성숙한 시인, 나쁜 시인과 좋은 시인을 비교하면서, 「황무지」를 비롯한 자신의 작품에 사용한 기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리처드 앨런 포스너(Richard Allen Posner)는 지적 사기일 뿐인 표절과 창조적 모방인 예술적 표절을 구분하고, 비록 표절이라 하더라도 원작보다 더 나은 것을 생산하거나 현저히 다르게 재창조하는 것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창조적 모방일 수 있음을 주장합니다. 정해룡은 「윤리적 글쓰기의 가이드라인」5)이란 글에서 창조적 모방이 아닌 텍스트 표절, 아이디어 표절, 부적절한 바꿔 쓰기를 통한 표절, 요약을 통한 표절 등은 글쓰기 윤리를 위반하는 것임을 지적했습니다.
2. 학문 및 직무 글쓰기의 윤리
1) 시험의 윤리
커닝(cunning) 즉, 시험을 칠 때 감독자 몰래 미리 준비한 답을 보고 쓰거나 남의 것을 베끼는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은 학생이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도 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 성경에 있습니다.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을 과감히 뿌리쳐야 합니다. 시험을 볼 때 시험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의 사유로 인해 답을 쓰기가 어려운 문제를 만났다 하더라도 결코 백지만은 제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렇다고 에라 모르겠다는 ‘자폭형’처럼 문제와 상관없는 엉뚱한 글을 써서는 안 됩니다. 또한 소위 ‘소설 쓰기’를 하거나 ‘썰 풀기’를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주어진 문제에 대한 적절한 내용으로 자기 나름의 해답을 쓰기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것이 시험에 임하는 학생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기본적인 윤리입니다.
2) 조별과제의 윤리
한때 ‘조별과제 잔혹사’라는 동영상이 대학생들 사이에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또한 2016년에 방송드라마 <치즈 인더 트랩>에서 ‘조별과제 에피소드’를 다루어 대중의 공감을 얻으며 다시 한번 ‘조별과제 잔혹사’를 상기시켰습니다. 대학생들에게 과제는 기피의 대상이며 조별과제는 소위 ‘극혐’의 대상이 되어 학생들의 강의선택 기준으로까지 된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조별과제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조별 과제에 불성실하게 임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별과제를 수업에 적용하는 교수의 치밀한 강의설계와 관리도 뒷받침되어야 조별과제가 지닌 장점과 효과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별과제는 각자가 맡은 자기 역할에 충실하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생명이요, 기본 윤리입니다. 조별과제를 위한 글쓰기는 성실성과 공동협력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공동의 결과물입니다. 아무런 기여도 하지 않은 채 이름을 슬쩍 끼워 넣는 ‘무임승차’는 공공의 적이요, 표절이나 다름없는 부정행위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3) 실험의 윤리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2004년 2월 <사이언스>지에 인간 체세포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는 실험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로 인해 국내뿐 아니라 세계의 주목을 받는 과학자로 급부상했습니다. 그 줄기세포 기술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 될 기술로 각광받았고, 또 그 기술은 전 세계의 난치병·불치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주면서 황우석 교수는 영웅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2005년 11월 MBC PD수첩의 폭로로 논문조작 논란이 시작되었고, 2006년 4월 서울대에서 파면되었습니다. 황우석 교수는 항소했으나 결국 2014년 2월 대법원은 논문조작 사건으로 인한 서울대의 파면처분은 정당한 것이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한국 과학계는 신뢰성이 크게 추락하여 국제적 위상에도 손상을 입었습니다. 또한 실험실에서 연구노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실험에서는 자신의 데이터만을 사용하여 실험결과를 기록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타인의 데이터를 베껴서는 안 됩니다. 설령 동료와 함께 실험을 진행하더라도 실험과정에서 토론은 할 수 있지만 실험의 전 과정과 결과는 반드시 자기 스스로 정리하고 기록해야만 합니다. 또한 좋지 않은 결과일지라도 생략하거나 은폐하지 말고 연구노트에 기록해야 합니다. 실험과정에서의 실수와 실험 실패의 경우도 그 결과를 정확히 기록해야 합니다. 실험에서 자신이 세운 가설과는 다른 결과가 도출되었다 하더라도 정직하게 기록해야 합니다. 이것이 실험에서 연구노트를 작성할 때의 글쓰기 윤리입니다.
4) 보고서와 논문의 윤리
2017년 3월 서울 대치동의 유명학원들이 고등학생 내신관리처럼 대학생들의 학점을 관리해 주는 학점관리반을 신설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대학 수업에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나 과제를 하는 데 어려운 부분을 해결해 준다고 합니다. 심지어 대학 졸업자들조차도 취업을 위해 작성하는 자기소개서를 돈을 주고 과외를 받아 작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가 숙제를 대신해 주거나 과외를 받으며 자란 학생들이 대학생이 되어서까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입니다. 또 최근에는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이 국내외 저명학술지에 제출한 자신의 연구보고서나 논문에 중고등학생인 자녀의 이름을 끼워 넣어 공동연구를 수행한 것처럼 허위보고를 한 사례들이 적발되었습니다.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한 편법인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빚었습니다. 이는 부당저자표기에 해당하는 연구부정행위입니다. 반대로 공동논문을 자기 혼자서 한 것처럼 다른 논문에 인용하는 경우도 연구부정행위에 속합니다. 2017년 12월 광주고등법원의 판례가 이에 해당합니다. 광주고등법원은 공동연구논문의 연구결과 중 자신이 직접 기여한 부분에 대해서만 논문에 기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A씨가 공동연구 결과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B씨 논문의 내용이나 공동연구논문의 내용을 마치 자신의 새로운 연구결과인 것처럼 박사학위논문에 기재했다고 지적하면서 A씨의 박사학위 취소처분에 대한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태권도 결승전에서 절묘한 뒤후려차기로 태권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최초의 KO승을 거두면서 인기가 치솟았던 문대성 선수는 2006년부터 동아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2년 4월 국민대학교로부터 박사학위논문 표절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을 받았으나 표절판정이 내려지면서 탈당하여 무소속으로 19대 국회의원이 된 후 다시 새누리당으로 복당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이미 취소된 박사 학력을 기재한 것이 문제가 되어 학력 허위기재 혐의로 고발당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낙선했습니다. 2012년에 표절논란이 불거질 당시 문대성은 표절로 인해 박사학위를 박탈당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헝가리의 팔 슈미트와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2000년 인사청문회법 시행 이후 2017년까지 31명의 고위공직 후보자가 청문회 과정이나 취임 초기에 낙마했다고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그들의 낙마 사유에는 부동산투기 등 재산에 관한 것이 가장 많았지만 논문표절도 5건이나 되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2010년 8월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1990년부터 1997년까지 5편의 논문에 거의 같은 내용이 출처나 인용 표시 없이 실려 동일한 논문을 4번이나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국무총리가 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2006년 8월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논문표절, 중복게재 등의 의혹으로 인해 취임한 지 13일 만에 자진사퇴하였습니다. 그는 2016년 11월에 다시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로 내정되었으나 결국 좌절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공약인 ‘5대 배제’ 원칙을 확대하여 ‘7대 비리 전력자 원천 배제’라는 인사원칙을 내세웠습니다. 5대 비리 중 ‘논문표절’은 7대 비리에서 ‘연구부정’으로 개념이 확대 강화되었습니다. 연구부정행위의 판단기준은 2007년 2월에 제정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에 의거합니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학생들이 보고서를 사고파는 일이 빈번해졌습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긁어다 붙이기를 하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어떤 학생의 과제물에 군대에서 생활했던 이야기가 나왔는데 알고 보니 여학생이 인터넷 자료를 무분별하게 이용하여 제출한 사례였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습니다. 보고서와 논문은 다른 사람의 것을 자기 것처럼 보이게 해서는 안됩니다. 학문 발전은 적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학문적 성취는 이전까지 이루어진 학문적 성과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글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야 합니다.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쓸 때는 자료를 올바르게 해석한 후에 내용의 과정이나 왜곡 없이 사실에 근거하여 작성해야 합니다. 보고서 하나를 표지만 바꾸거나, 일부 내용의 문구만 몇 개 바꾸는 식으로 소위 재활용하여 각각 다른 수업에 제출해서도 안됩니다. 보고서는 참신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하고 참신한 시각으로 주어진 문제에 접근하여, 주제에 적합한 내용으로 작성하는 것이 보고서의 가치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3. 생활 글쓰기의 윤리
인터넷과 SNS의 보급으로 생활 속의 글쓰기 윤리가 갈수록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그들의 지원을 받은 민간인 댓글부대, 그리고 군 사이버사령부가 불법 댓글 조작으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또 이명박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이 좌파 연예인으로 분류한 배우 문성근과 김여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2017년 12월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인터넷상 평론의 90%는 정신적 배설물이자 무뇌적인 글이라고 평가했으며, 가짜 뉴스는 사회의 악성종양이라고 지적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사실 많은 댓글들이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폭발과 욕설, 무지함, 편견과 악의를 표출하고 있으며, 2016년 촛불집회 전후로 우리 사회에도 가짜 뉴스가 극성을 부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것도 사실입니다. 요즈음 악성댓글에 시달리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으며, 여러 가지 고통 속에 있는 사례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은 개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자유는 그에 따르는 책임이 요구됩니다.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의 공간이라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올리는 글도 주관성이 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글이 다루는 소재나 주제가 사적인 층위를 벗어나 공적인 문제를 다루게 될 때는 이미 공론의 장으로 넘어간 것이므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서 공적인 문제를 다룰 때에는 객관적 시각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며, 그렇게 해서 그 글이 이미 공론의 장으로 넘어간 이상에는 자신의 글에 대한 반대의견도 존중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지극히 주관적 생각이나 정제되지 않은 감정을 배설하듯 글을 써서 올려놓고는 그것에 대한 비판적 의견에 독설을 퍼붓거나 삭제 또는 IP차단하는 식으로 독선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는 늘 소통의 의미를 마음에 되새기면서,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공적인 영역을 다룰 때는 물론 개인적인 글을 쓰더라도 논리를 갖추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익명성 뒤에 숨으려고만 하지 말고 자신이 쓴 글에 책임질 줄 아는 것이 바람직한 글쓰기 윤리입니다.
그리고 생활 글쓰기 윤리에서 주의가 필요한 다른 문제 하나는 욕설과 혐오 표현입니다.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글을 쓸 때는 그 역시 사회적 공간의 일부임을 의식하면서 악성댓글을 달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말아야 하며, 욕설이나 혐오표현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문자체 은어인 이른바 ‘급식체’ 표현이 대학생과 성인들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는데 그중에는 욕설과 혐오표현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실제로 대화를 할 때도 이문체를 사용하며 패드립(패륜과 애드리브를 합친 신조어. 즉흥적으로 부모 혹은 조상을 욕하고 비하하는 패륜적 언어행태)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성인들도 급식체를 사용하여 자녀들과 글을 주고받거나 ‘시발(始發) 비용’ 같은 욕설 섞인 신조어를 만들어 쓰고 있습니다. 급식체가 텔레비전 자막이나 기업홍보에 등장하는 등 대중매체와 기업의 상업성과 맞물리면서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는 글쓰기 윤리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문화발전의 거시적 측면에서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